외국인을 위한 한국 자가 요리 재료 쇼핑 노하우
집밥의 필요성을 느끼는 외국인들
한국에 장기 체류하거나 유학, 취업, 결혼 등의 사유로 머무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일정 시점에서 공통된 고민을 한다. 바로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고 싶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편리하고 흥미로운 한국 식당들을 탐방하며 즐거움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낯선 조미료의 맛, 매운 음식 위주의 한식 구성, 혹은 외식비 부담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자가 요리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의 장보기 환경은 쉽지 않다. 마트에 가면 수많은 재료가 진열돼 있지만 제품명이나 설명이 대부분 한글로 되어 있어 이해하기 어렵고, 재료의 용도도 낯설다. 특히 한국식 재료와 익숙한 자국 재료가 섞여 있거나 대체 불가능한 품목이 있는 경우엔 요리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또한 마트마다 가격, 품질, 원산지 표기 등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어떤 식재료를 사야 할지 기준을 잡기도 쉽지 않다.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역시 언어 장벽과 회원 가입, 배송 옵션 등에서 외국인이 직접 접근하기에는 장벽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가 요리를 시작하려는 외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장보기 정보가 아닌, 문화적 이해와 경험이 축적된 ‘노하우’다. 이 글은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이 직접 요리를 시도할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식재료 구매의 요령, 장소, 언어 해석 팁, 주의 사항 등 실질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가이드다. 재료 구매는 요리의 시작이자 절반이기 때문에, 이 글을 통해 한국의 식재료 시스템과 장보기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요리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는 첫걸음을 마련하길 바란다.
어디에서 재료를 사야 하나 – 외국인을 위한 쇼핑 장소별 특징 이해하기
한국은 다양한 장보기 장소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는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동네 슈퍼마켓, 재래시장(전통시장), 백화점 식품관, 편의점,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 각 공간의 특성과 장단점을 파악한 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대형마트다. 대형마트는 영어 표기가 병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외국인 친화적인 제품이 일부 구비되어 있다. 특히 이마트나 롯데마트에서는 수입 식품 코너가 따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신의 국가에서 사용하던 식재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제품 위주로 판매되다 보니 가격이 높은 편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반면 재래시장은 신선한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채소, 과일, 고기, 생선 등은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며, 흥정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상인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표기나 안내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초보 외국인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얼굴을 익히고, 자주 사는 품목을 정해두면 점점 편안해지는 특성이 있다. 편의점은 간단한 재료나 소스류, 즉석요리를 위한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야채나 육류류는 없지만, 참치캔, 즉석밥, 간장, 고추장 등의 조미료는 항상 구비되어 있고, 제품 용량이 작
아 1인 가구 외국인에게 적합하다. 온라인 플랫폼은 쿠팡,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이 있는데, 초보 외국인보다는 한국어에 익숙하고 결제 시스템에 익숙한 중급 이상 사용자에게 권장된다.
한국식 식재료 해석법 – 헷갈리는 재료명과 제품 포장 읽기
외국인이 한국에서 많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식재료의 이름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추’, ‘쑥갓’, ‘깻잎’ 같은 채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고, ‘돼지고기 앞다릿살’, ‘소 불고기용’ 같은 고기 구분은 더욱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간장도 ‘양조간장’, ‘진간장’, ‘국간장’으로 나뉘며, 각각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soy sauce’라고 생각하고 구입했다가 요리가 실패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장보기 전에 요리할 메뉴를 미리 정하고, 해당 레시피에 나오는 식재료를 한국어로 미리 번역해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구글 번역, 파파고 앱 등을 이용해 '오이'가 'cucumber', '참기름'이 'sesame oil'이라는 것을 미리 메모해 두면 마트에서 혼동이 적어진다. 또한 제품 포장지를 잘 살펴보면 한글 하단에 영어 표기나 이미지로 용도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가 있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같은 이름의 식재료라도 가공 상태나 용도에 따라 포장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부’는 생식용, 부침용, 찌개용 등으로 나뉘고, ‘닭고기’는 통닭, 닭가슴살, 닭 다리 살 등으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chicken’이라고 검색하거나 요구하면 원하는 형태가 아닐 수 있다. 이럴 땐 제품의 포장 사진을 미리 보고 가거나, 요리 앱에서 사용 후기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외국인에게 추천하는 기본 식재료 – 자주 쓰이고 실용적인 품목부터
한국에서 자가 요리를 시작하는 외국인에게는 너무 많은 식재료가 오히려 혼란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는 활용도 높은 기본 식재료부터 천천히 구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기본 양념류로는 진간장(볶음·조림용), 국간장(국·찌개용), 고추장, 된장, 참기름, 식용유, 다진 마늘, 후추를 추천한다. 이 정도만 있으면 대부분의 한식, 중식, 퓨전요리의 기본 조리법을 커버할 수 있다. 채소는 양파, 대파, 감자, 애호박, 마늘, 상추 등 가성비 좋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품목 위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양파와 대파는 거의 모든 한국 요리의 기본이기 때문에 항상 구비해두면 좋다. 고기류는 돼지고기 앞다릿살(볶음·찜용), 닭가슴살(구이·샐러드용), 소불고기용(얇게 썬 것) 정도로 시작해 보자. 냉동보관이 가능하므로 소분 포장된 제품을 사면 유통기한 걱정 없이 오래 쓸 수 있다. 또한 두부, 김치, 계란, 우유, 라면, 즉석밥, 멸치육수 팩 같은 반가공 식재료는 초보 외국인에게 특히 유용하다. 자주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식사를 만들 수 있으며, 한국의 전통적인 맛을 간접 체험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김치의 경우 종류가 다양하니 처음에는 백김치나 열무김치처럼 덜 매운 것부터 시작해 입맛을 맞춰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산별 장보기 전략 – 효율적으로, 낭비 없이
외국인이 한국에서 장을 볼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싼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다"는 점이다. 재래시장이나 마트 세일 품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품질이 균일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 저렴한 것을 고르기보다는, 자신이 필요한 양과 요리 계획을 기반으로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1인 가구 기준으로 한 주 식재료 예산을 약 30,000~50,000원 선으로 설정하면, 두세 끼 정도는 직접 요리하면서 나머지는 외식으로 병행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계란, 채소, 밥, 고기류를 적절히 분배해 구입하면 주간 식단 구성이 가능하고, 냉동식품이나 밀키트도 가끔 활용하면 조리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마트에서는 1+1 행사, 세트 할인, 대량 포장보다 소분 제품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의 경우 대량 제품을 사더라도 다 쓰지 못하고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약간 비싸더라도 적은 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경제적이다. 또한 요리 초보자일수록 레시피 하나당 식재료를 따로 구입하기보다는, 여러 요리에 공통으로 쓰이는 재료를 기준으로 장을 보면 남는 재료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양파, 대파, 고추장은 볶음, 찜, 찌개, 비빔밥 등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간다.
외국인이 자주 하는 실수와 피해야 할 점
초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장보기를 하면서 가장 자주 겪는 실수는 제품의 용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구매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간장, 두부, 고기 부위 외에도, 청양고추(매운 고추)를 일반 고추로 착각하거나,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혼동하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처음에는 무조건 제품의 포장 뒷면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모르는 단어는 반드시 번역기나 이미지 검색을 활용해 확인한 뒤 구입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실수는 마트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대형마트, 편의점, 시장, 온라인에서 모두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평소 자주 가는 장소의 가격대를 메모해 두면 다음 장보기에 도움이 된다. 특히 농산물은 시장, 수입식품은 대형마트, 기본 가공식품은 온라인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또한 문화적으로 다른 포장 방식도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낱개 판매보다는 다량 포장이 기본이라, 너무 많은 양을 구입하고 후회하는 외국인도 많다. 이를 방지하려면 가급적 조리 전 미리 요리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양만 구입하는 습관을 들이자.
요리는 단순한 식사 준비가 아닌 문화의 체득
한국에서 자가 요리를 시도하는 외국인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한국 사회의 소비 문화와 식문화까지 자연스럽게 익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식재료를 고르고, 가격을 비교하며, 한글을 해석하고, 낯선 재료의 맛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은 곧 생활 속 한국어 학습, 문화 적응, 자립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번거롭고 낯설 수 있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장보기 루틴과 선호 식재료, 쇼핑 장소가 정립되면 훨씬 수월해진다. 한식뿐만 아니라 자신이 익숙한 나라의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수입 식재료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병행하는 것도 추천된다. 한국에서의 장보기와 요리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이곳에서의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만들기 위한 실용적인 첫걸음이다. 혼자서 해낸다는 뿌듯함과, 매번 새로운 식재료를 발견하는 즐거움은 분명히 한국 생활의 만족도를 높여줄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작은 식재료 하나씩 사서, 나만의 한국식 자취 밥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